[가격의 비밀] 경제학자, 그래프와 숫자 없이 세상의 질서를 설명하다

우리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구조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한국에 정착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당연히 우리 삶은 이 체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자본에 지배당할 것만 같은 어감 때문이기도 하고, 물질만능주의나 비리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과 자주 결부되어 언급되는 탓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이 자본과 얽혀 있고, 역사 속에서도 자본은 정의와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과 시장경제의 좋고 나쁨을 가리기 이전에 먼저 정부와 시장이 경제 질서를 관장하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되면 그에 대한 개선방안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암사 출판사에서 출간한 [가격의 비밀]은 우리가 갖고 있던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를 풀고, 그 핵심축인 가격의 놀라운 힘을 밝혀줄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높은 생활수준의 원천은 무엇일까?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열정을 좇을 수 있도록 할까? 무엇이 창업과 혁신을 이끌까? 경제 질서는 누구도 주도하지 않는 가운데 어떻게 발현할까? 놀랍게도 이 모든 것들의 답은 ‘가격’이다. 우리는 잘 쓰인 경제학 소설 [가격의 비밀]에서 가격이 우리의 일상에서 맡는 여러 역할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이 혁신을 이끌고 질서를 주도하는 방식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격 변동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경제 전반에 퍼져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유용성을 바탕으로, 그들은 가격 변동에 따라 각자의 행동을 조율한다. 이렇게 가격은 경제 전반에 걸쳐 자원이 투입될 방향을 유도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를 만들어낸다. 즉, 가격은 소비자와 창업자의 욕구와 열정을 조화시키고, 자원과 지식을 유도하여 우리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유지시킨다.

연암사 [가격의 비밀] 표지

경제학자, 그래프와 숫자 없이 세상의 질서를 설명하다

[가격의 비밀]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인 러셀 로버츠는 현재에도 팟캐스트, 유튜브 등의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접근성이 좋은 소통 창구를 활용하여 언제나 사람들이 쉽게 경제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경제학자이다. [가격의 비밀] 또한 그 노력의 일환이다. 러셀 로버츠는 실제 스탠퍼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자연스레 책에 녹여내어 독자가 편안하게 경제학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은 스탠퍼드 대학생이자 유명한 테니스 선수인 쿠바계 미국인 라몬 페르난데스가 스탠퍼드의 교무처장이자 경제학 교수인 루스 리버를 만나 세상을 새로이 이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스는 라몬에게 수많은 실례를 들어 경제 질서, 더 나아가서 세상의 질서를 설명한다. 라몬은 루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안다고 믿었던 자본과 가격, 기업, 시장 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나간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자본주의와 경제학을, 그리고 세상을 새로이 이해하는 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러셀 로버츠가 [가격의 비밀]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 개념은 ‘창발적 질서(emergent order)’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양대 대표 학자 중 한 명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이론의 토대가 되는 개념이다. 러셀 로버츠는 하이에크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 책의 배경을 가까운 미래로 설정하여 현대의 독자에게 맞게 창발적 질서를 설명한다. 우리의 삶과 그 주변의 현상들은 제각각의 행동으로 초래되지만 그 안에는 누구도 의도치 않은 질서가 있다. 그 질서는 우리가 취하는 행동의 결과이지만 기획의 결과는 아니다. 이를 창발 현상이라고 한다. 창발 현상의 결과로 가격이 형성되고, 가격을 초래하는 현상을 시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개념은 경제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는 개미 군락, 날아가는 새떼, 클럽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창발적 질서를 포착하여 설명한다. 이 낭만적인 이야기들을 다 읽은 뒤에 우리는 우리 주위에 가득한 일상적 경이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모든 것을 주도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새들의 즉흥적인 비행보다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그 ‘누군가’는 각 새들이 지닌 모든 지식을 알아야 하고, 그 정보를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 계획을 모든 참여자에게 신속하게 알려서 다른 것이 변하기 전에 각자 맡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해. 그 지식이 없으면, 거의 즉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면 새떼는 흩어지고 말아. 새떼는 거기에 속한 가장 영리한 새보다 영리해. (…)”

“가격은 경제 전반에 걸쳐 자원이 투입될 방향을 유도해.” 루스는 말을 이어나갔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단히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변화를 극복하도록 만들지.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구매자와 판매자는 하향식으로는 불가능한 방식에 따라 각자의 행동을 조율해. 한 사람이 경제 전반을 파악할 수는 없어. 하지만 가격 변동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경제 전반에 퍼져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결정을 내리게 만들어. 그 결과를 봐. 누구도 흑연을 두고 다투지 않아. 모두가 어울려서 살아가. 가격은 우리가 경제라고 부르는 인간 군락의 페로몬, 모든 것을 한데 엮어내는 신호, 보이지 않는 손의 힘줄이야. 가격이 이뤄내는 조화와 암묵적 협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야. 정말로!”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시내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 집값. 흑연 가격. 연필 가격. 이것들은 우리의 행동으로 초래되지만 어떤 의도를 따르는 것은 아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엮는 직물 같은 거지. 거기에는 누구도 의도치 않은 질서가 있어. 그 질서는 우리가 취하는 행동의 결과이지만 기획의 결과가 아닌 창발 현상 emergent phenomenon(돌발적으로 출현하는 현상- 옮긴이)이야. 창발 현상의 결과가 가격이라면, 가격을 초래하는 현상을 시장이라고 부르지. (…)”

“(…) 빅박스가 가격을 올렸을 때 집에 양초가 있는 사람은 손전등을 사지 않고 그냥 선반에 뒀어. 모든 사람을 일일이 조사할 필요가 없어. 양초가 있는 사람은 비싸게 팔리는 손전등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밝힌 거야.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겠다는 의사 말이야. 누구도 올바른 일을 하라고 간청하거나, 시행해야 하는 법을 만들거나, 손전등이 정말로 필요한지 조사하지 않았어. 가격 인상이 손전등의 여유분을 확보해 준 거야. 그건 내가 보기에는 아주 정당해.”

[가격의 비밀] 차례

-머리말
-지진과 가격 인상
-연필이라는 마법
-새들의 즉흥 군무
-상상할 수 없는 일
-정원사의 입장
-내 탓이로소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묘지에서 보낸 밤
-모든 것의 가격
-진행자가 없어도 괜찮아
-꿈을 엮는 존재
-자유롭고 귀중한 삶
-어떻게 끝날까?
-자료 및 추천도서
-감사의 글

지은이 – 러셀 로버츠
러셀 로버츠는 조지 메이슨 대학교 경제학 교수,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 연구소의 연구 교수이며 저서로는 [보이지 않는 마음]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 있다. 카페 하이에크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며 주간 팟캐스트 방송을 한다(EconTalk.org). www.InvisibleHeart.com 에서 그가 쓴 글들을 볼 수 있다.

옮긴이 – 김태훈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야성적 충동》, 《최고의 설득》, 《센스 메이킹》,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리씽크》 외 다수가 있다.